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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리그: 어서 와 대농은 처음이지?③ 내가 보는 선수, 프로에서 통할까?]
명효종
2022.07.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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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농구의 가장 큰 쟁점은 선수들의 스킬이 프로에서도 통하는지 여부다. 슛이 좋은 선수가 프로의 강한 수비에 야투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온 볼 성향이 강한 선수가 볼 소유 시간이 줄어들며 공격력을 상실하는 모습을 신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대학 선수들이 보여주는 활약이 프로에서도 통하기 위한 기준치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1. KBL 선수들의 유형은?

대학에서 프로로 진출한 많은 선수는 롤의 변화를 맞는다. 드래프트 된 팀의 상황, 외국인 선수의 존재 등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KBL 선수들의 롤이 어떤 식으로 나뉘어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선수들을 분류하던 5개의 포지션(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이 농구 전술의 변화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에 NBA에서는 볼 핸들러, 스윙맨, 빅맨으로 선수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KBL에서 선수들을 나눌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은 어떤 것일까. 2012년부터 10년간 출전 시간이 가장 많았던 연도별 70명 선수의 KBL 공식 사이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4개의 타입으로 나눌 수 있었다.

1) 3&H (이대성, 허웅, 전성현, 허훈 등)



첫 번째 유형은 3점과 핸들링을 동시 수행할 수 있는 3&H(Handling)이다. KBL에서 정통 포인트 가드가 희귀해지며, 가드들의 득점력은 필수로 갖춰야 할 요소가 됐다. 슛 또는 돌파를 반드시 장착해야만 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이에 가드들의 득점 비중이 올라가는 반면, 어시스트 비율은 타 유형의 선수들에 비해 소폭 많은 정도로 나타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턴오버 수치의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골밑 에이스 (자밀 워니, 라건아, 아이제아 힉스, 이승현, 김종규 등)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었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빅맨 역할을 맡으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어마어마한 지분을 가져갔다. 대학 농구나, NBA 등 타 리그에 비해 KBL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평균 17득점에 8.4개의 리바운드로, 더블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수비에서도 림 프로텍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격 전술이 다양해지며 최근에는 골밑에서 받아 넣는 득점만 올리는 것이 아닌, 스크리너로서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3) 스코어러 (최준용, 이관희, 송교창, 안영준 등)



외국인 선수들과 듀얼 가드형 중간에서 득점원 역할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주로 외국인 선수에 이어 팀의 2번째 공격 옵션을 맡고 있다. 높은 야투율을 통해 확률 높은 공격을 시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리바운드 수치를 통해 꾸준히 골밑에서 싸움을 걸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2년간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들(최준용, 송교창)이 이 유형에 속한 만큼 스코어러가 팀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

4) 링커(linker) (정성우, 오재현, 김동욱 등)



주로 식스맨으로 나오는 유형의 선수들로 경기 중간 허슬을 무기삼아 나온다. 주된 역할이 에이스 스토퍼, 박스아웃 등 궂은일이기에 기록지에는 중요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출전 시간이 다른 유형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스탯의 절대적인 볼륨이 떨어지지만, 수비 관련 스탯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대학 농구 선수들의 유형의 변화

드래프트 1라운드에 선발된 선수들은 주로 대학 농구에서 에이스 노릇을 해온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한 레벨 상승한 KBL에서의 역할 변화는 필연적이다. 10년간 대학 진학 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 중 3&H 형 선수가 39.3%, 스코어러 선수가 38.2%, 골밑 에이스 형 선수가 10.1%, 마지막으로 링커 형 선수가 12.4%로 집계됐다. 최근 드래프트 풀에 즉시 전력감 빅맨이 귀하다는 평가와 일맥상통한 결과다. 외국인 선수의 영향과 스킬 트레이닝의 발달로 장신 선수들을 센터로 키우는 빈도가 줄어든 것이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위 선수들이 KBL에 진출한 이래 커리어하이 시즌을 토대로 유형을 재분류해보면, 24.7%가 스코어러, 4.9%가 골밑 에이스, 10.1%가 3&H, 나머지 선수들은 링커 유형을 맡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부분은 골밑 에이스와 3&H 유형 선수들이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슈팅 찬스를 많이 가져가는 듀얼 가드들에게 대학에서만큼 공격 기회가 많이 제공되지 않고, 골밑 에이스가 외국인 선수에 밀려 대학 농구에서의 골밑 장악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위 선수들이 어떻게 KBL에서 탈바꿈되었는지 3년씩 묶어 살펴보도록 하자.

1) 2012~2014년 드래프트

위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들에게서 가장 뚜렷이 볼 수 있는 특징은 스코어러 선수들이 자신들의 형태를 지키며 리그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임동섭, 차바위, 서민수 등 대학에서 수비를 흔들어 놓고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리던 역할을 그대로 프로에서 수행했다. 다만, 2010년대 초반에는 포워드 중심의 농구보다는, 가드와 빅맨 사이의 연계를 통한 공격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팀의 에이스로는 성장하지 못한 채 롤 맨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3&H 선수의 대다수가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른 유형으로 리그에 정착하거나, 출전 시간 상위 60인 명단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시래, 허웅처럼 확고하게 팀의 1 옵션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유형으로 변모했다. 중앙대에서 포인트가드를 맡으며 핸들링 능력을 인정받은 유병훈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식스맨으로 나와 에이스를 막는 링커 역할, 김지후 역시 대학리그에서는 좋은 외곽슛 능력을 보여줬지만, 핸들링 능력이 프로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스코어러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3&H 유형의 선수는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다른 유형으로 자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동포지션의 수비 또는 몸싸움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3점의 중요성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2010년대 초에 드래프트 된 선수들이 차차 전성기를 맞이할 때쯤 리그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출전 시간을 거의 얻지 못하는 모습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2) 2015~2018년 드래프트

최준용, 허훈, 양홍석, 변준형 등 해당 시기 드래프트 풀이 매우 좋았다. 다만 대형 신인들도 많았던 만큼, 그 이외 선수들은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신인 간의 편차가 컸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3&H 유형과 스코어러 역할을 맡은 많은 선수가 리그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며 링커 유형으로 스탯이 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시점 역시 일부 스코어러의 정착은 성공적이었다. 높이만을 가지고 승부하던 외국인 선수들이 전술의 변화에 따라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등, 골밑을 비워줬고 이 공간을 스코어러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장신 선수들의 핸들링, 슛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에서 교육받았던 장신 포워드들이 공격의 1, 2 옵션으로 성장했다.

문성곤, 박준영 등 스코어러로 대학리그에서 인정받았지만, 링커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수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술의 다각화로 선수들의 역할이 분명해지며 출전 시간의 부족으로 링커가 되는 것이 아닌, 수비력과 BQ를 살려 정착에 성공했다.

3) 2019~2022년 드래프트

작년 드래프트를 제외하고, 2019, 2020년 신인 선수들은 아직 리그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많은 선수가 아직 링커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그 와중에 골밑 에이스들의 변화가 특징적이었다. 많은 출전 시간을 받으며 팀 내 적응에 성공한 빅맨들은 스코어러로 역할이 수정된 데 반해, 아직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은 계속해 골밑 에이스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이들의 경우 리그 내 골밑 에이스들과 비교했을 때 스탯 간의 비율은 유사했지만, 스탯의 전체적인 볼륨이 너무 작아 스타일만 유사하고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

과거에는 김종규, 오세근과 같이 대학 농구에서 최정상급의 골밑 파괴력을 가진 선수들이 골밑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변화된 농구 트렌드로 인해 아마추어 레벨에서 골밑을 지배했던 선수들이 다재다능함을 겸비해 유연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어야만 리그 내 성공적인 정착이 가능해졌다. 대학리그에서 골밑 장악력은 약했지만 때때로 좋은 슛과 BQ를 보여준 신승민이 비교적 후 순번으로 뽑혔음에도 조커로 활약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 리그의 변화 흐름

선수들을 나눈 4개 유형의 역할은 리그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요약하자면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공격 스탯이 줄어들고, 장신 포워드로 대표되는 스윙맨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10년간의 평균 득점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득점 감소 현상에 맞게 모든 유형 선수들의 득점이 하락세인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 2016년부터 2020년도까지 골 밑 에이스 유형 선수들의 득점이 큰 하락폭으로 보였다. 외국인 선수의 출전 제한으로 골밑 에이스 유형 선수들이 코트를 밟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팀 전체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골밑 에이스 선수들이 팀 전체 득점의 51.6%를 차지했던데 반해, 2020년에는 그 수치가 36.2%까지 떨어졌다. 전체 리바운드 그래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끝까지 남아 리바운드를 잡고 가드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닌, 직접 볼을 가지고 넘어올 수 있는 가드 또는 스윙맨이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공수 전환을 흐름의 끊기지 않도록 한다. 센터 중심의 농구가 가드 중심의 농구로 변화한 NBA와 달리, 현재 KBL은 스윙맨들이 더 많은 롤을 부여받으며 템포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스코어러들의 야투 성공률이 2017년에 비해 10%가량 높아진 것은 더욱더 확실한 공격 찬스가 스코어러들에게 만들어지기 위한 전술과 스코어러들의 기량 모두가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9년부터 급격하게 떨어진 스코어러들의 어시스트 스탯을 통해서도 얼마나 많은 공격이 이들의 손에서 마무리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스틸과 턴오버를 눈여겨봐야 한다. 앞선 3&H 유형 선수들의 스틸이 주춤하는 사이, 골밑 에이스의 스틸이 늘어나고 있다. 턴오버 역시 골밑 에이스들의 수치가 꾸준히 높게 형성되고 있다. 많은 팀이 페인트존 수비를 강화함으로써 외국인 선수 봉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스코어러 선수들의 수비 스탯 감소는 공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대학에서 스코어러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프로에서 살아남기 더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최근 골밑 에이스, 3&H 유형의 선수들까지 자신들의 공격 스킬을 이용해 스코어러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대학 선수들의 스탯이 프로로 오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를 통해 ‘프로에서 통하기 위한’ 대학에서의 활약은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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